시월의 마지막주말인데 당직근무로 하루를 보낸다.
오랜만에 조카들한테 전화하니 강아는 오늘도 근무중이고
송아는 친구들이랑 푸켓여행중이고
동균이는 잠시 밖에 나갔단다.
이렇게 비가 오는 주말에 혹여나 슬픔에 잠겨
집안에 콕박혀 있으면 어쩌나 하고 전화했는데
다 들 각자 바쁘게 살고 있음에 ... 다행이다 싶다.
큰 딸은 역시 다르다.
의외로 명랑한 강아의 목소리에 힘을 얻는다.
오히려 내가 위로해 줘야 하는데 그 반대다.
그래 그렇게 살아가야지.
미치도록 그리운 날엔 우리 서로 보듬어가자.
동균이는 얼마전 성경책이랑 사진이랑 유리상자에 넣어
엄마한테 놓고 왔단다.
갑자기 언니한테 가고 싶어.
하루쯤 휴가를 내서 훌쩍 다녀와야겠다.
울컥 또 가슴이 아파져 온다.
이 아픔...
이 슬픔....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될지.....
이 비가 내리면 이 산촌엔 서서히 겨울이 내리겠지.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월이 훌쩍 흘러버려
망각의 저 기억너머로 언니의 모습도 희미해 지겠지.
그렇게 되는 날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