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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친구

수기언니 2011. 10. 17. 15:12

나에겐 오랜친구가 있다.

몇개월. 아니 몇년동안 전화안부한번 없어도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친구!!

아무때나 전화 한통화면 전후 사정묻지않고 한걸음에 달려 나와줄..

내맘속 깊은 이야기까지라도 그냥 침묵하나로 들어주고 .....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어

마음 한켠에 항상 불을 켜놓고 바라보는 친구....

 

토요일엔 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린 어릴적부터 함께  고무줄놀이하고 소꿉장난하고.

아래웃집에서 그렇게 자랐다.

지척에 손닿으면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어쩌면 그리도 멀리있는 사람처럼 무심하게 살아왔다.

 

숙이와  난 ...병원앞에서 만나 동창생인 의수가 입원해 있는 병실을 찾았다.

마지막얼굴이라도 보고  먼 곳으로 보내야하지 않을까싶은 마음에...

듣던대로  그 녀석은 이미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서서히 가고 있었다.

병원복도에서 그냥 울고만 있는 의수 와이프를 말없이 안아주고

보름 동안 물한모금 먹지 못하고 있다는  녀석의 잠든 얼굴을 잠깐 들여다 보고 나와

주차장으로 오는데  뭐라 표현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감정하나가

내 잔잔한 가슴을 때리고 지나간다.

걷고 있는 인생길에 동행하진 못할지라도

먼저 그 걸음을 멈춰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넌 가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남은 가족들은 어찌할 거냐고...

누워있는 녀석을 향해 한번 호통이라도 쳐 주고 싶은 맘을 달래고 왔다.

 

이 착잡한 마음으로 오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루를 접는다.